내일신문 칼럼
[신문로] 장관급 인사의 단식농성
김철웅
2016. 8. 8. 12:17
이석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7일부터 2일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그가 요구한 것은 세월호특조위의 활동기간을 보장해달라는 것이었다. 그에 이어 특조위 상임위원들과 비상임 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릴레이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단식농성은 흔하다면 흔한 투쟁방법이지만 이 위원장의 단식에는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유난히 뜨거운 염천에 60대의 장관급 인사가 벌인 것이란 사실이다. 그의 단식을 부정적으로 본 몇 언론이 놓치지 않고 꼬집은 것은 특히 '장관급 인사'란 부분이다.
명색 장관급 정무직이라는 사람이 운동권식 투쟁을 벌이느냐는 힐난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정치인은 예외로 치고 단식은 보통 장삼이사들이 쓰는 수단이었다. 이태 전 이곳에서 46일 동안 단식농성을 한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 같은 경우다.
장관이란 게 어디 간단한 자린가. 1992년 대선 직전 부산 초원복국집에서 김기춘 법무장관은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안 해봐서 모른다. 장관이 얼마나 좋은지 아나, 모르지." 장관이 누리는 권력의 달콤함을 천마디 말보다 실감나게 표현했다.
한데 어떤 장관급은 차량은 물론 사무실 복사용지도 없어 쩔쩔매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간이 끝났다며 예산 배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특별법상 특조위 활동기간은 '위원회가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최장 1년 6개월인데 정부는 이 날을 법이 시행된 2015년 1월 1일로 간주해 지난 6월 30일로 활동기간이 끝났다고 본다.
이석태 세월호특조위 위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특조위 조사 활동 보장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