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칼럼
[신문로] 왜, 어떤 노동개혁을 하자는 걸까
김철웅
2015. 10. 6. 12:10
박근혜정권이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네모난 삼각형처럼 형용모순이란 생각이 든다. 노동 그리고 개혁, 이건 원래 야당이나 노동계의 언어 아니던가.
정부 여당은 이렇게 설명한다. 현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심각하며, 청년실업 문제까지 겹쳤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장년 고용안정과 청년 고용기회 확대, 저성과자에 대한 근로계약 해지 기준·절차 명확화(실적이 나쁜 사람을 쉽게 해고한다는 뜻이다) 등을 해야 한다. 이런 말도 늘어놓는다. 취약 노동계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 구축, 능력 중심의 사회로 가는 초석….
지난 달 25일 오후 열린 새누리당 부산시당의 부산역 귀경인사 행사는 노동개혁을 반대하는 청년들과 곳곳에서 충돌을 빚어며 진행됐다. 새누리당 당직자들은 피켓을 든 청년들을 막아서며 말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나는 이들의 노동개혁에 회의적이다. 그 결정적인 이유를 두 가지만 말하겠다. 첫째는 경제민주화가 안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 의제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그런데 이번에 들고 나온 노동개혁과 경제민주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념이다. 노동개혁 정신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는 것이 경제민주화다.
최근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란 곳의 블로그에 올라온 '노동시장의 개혁, 바로 지금이 골든타임입니다'란 글을 봐도 알 수 있다. 글은 "가진 자는 더 많은 기득권을 누리고,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근로자들은 더욱 살기가 팍팍해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라고 개탄한다. 한데 그들이 기세 좋게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공약은 어떤 운명을 맞았나.
경제민주화 감쪽같이 사라져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두달 만인 2013년 4월 경제민주화에 대한 '창조적인' 개념 규정을 내놓는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소비자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열심히 일하면 보람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누구를 벌주거나 하는 것은 본래 경제민주화의 취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대기업의 시장지배 완화, 빈부격차·양극화 해소, 재벌개혁,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라는 경제민주화의 핵심 요소들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 생뚱맞은 경제민주화 인식 아래 추진되는 노동개혁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 단초는 이미 나왔다. 새누리당은 지난 달 16일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업종 전면 허용 확대가 포함된 5대 법안을 발의했다.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떠들던 바로 전날 노사정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없는 내용까지 집어넣었다. 이런 법안들이 비정규직 양산으로 이어지리란 건 명약관화하다.
둘째 이유는 대기업의 선의를 무턱대고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좋은 것이 항상 국가경제에 좋은 것은 아니다.
외국 사례를 보자. 1953년 당시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 GM의 CEO 출신인 찰스 윌슨이 국방장관으로 발탁된다. 그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GM의 이익에는 반하지만 미국의 이익에는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다. 그 역도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