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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칼럼

[신문로] 깜빡이를 켜자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 진보 진영이 노무현정권의 우파적 정책을 비판하며 쓴 표현이다. 이명박정권 때는 우파들이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한다"고 못마땅해 하기도 했다. 자동차 깜빡이는 이처럼 정치 분석에 종종 사용된다. 중국에선 과거 이런 유머도 유행했다. 마오쩌둥을 태운 운전기사가 교차로에서 "어느 쪽으로 갈까요"라고 물었다. 마오는 "좌측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하라"고 말했다. 덩샤오핑을 태운 운전기사가 같은 질문을 했다. 덩은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라"고 했다. 이렇게 이념의 순결(紅)을 중시한 마오와 사회주의 속에서 자본주의를 지향한 덩의 실용주의를 풍자했다. 그러나 이 칼럼의 주제는 정치적 은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깜빡이(방향지시등)를 제대로 켜자'는 제언이다. 퇴직 .. 더보기
[신문로] 늙으면 보수화한다는 속설, 진실인가? 이상하다. 왜 이리 생각이 다른 걸까. 정부의 12·28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평가가 40대 이하와 50대 이상 사이에 정반대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60대 이상은 잘했다가 71.3%로 잘못했다(23.8%)를 압도했다. 50대도 50.9%대 38.4%로 긍정 평가가 높았다. 반면 20·30·40대는 잘못했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위안부 합의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건 며칠 전 아베 신조 일 총리가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에서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또다시 주장한 것이 뚜렷한 증거다. 그러나 노인들의 단체인 어버이연합은 합의 철회를 주장하는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대해 뜬금없이 "종북사상을 갖고 활동하는 단체"라고 비난한다. 지난 13일 서.. 더보기
[신문로] '야당 분열', 긍정하기 위한 조건 [신문로] '야당 분열', 긍정하기 위한 조건 2015-12-23 11:44:02 게재 우리에겐 야권 분열의 원체험, 트라우마 같은 게 있다. 1987년의 대선의 악몽이다. 그해 6월항쟁의 열기는 뜨거웠다. 그러나 12월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에게 승리를 헌상하고 말았다. 양김씨가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탓이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을 때 나는 그때 기억부터 떠올랐다. 아찔했다. 정권 교체는 물 건너 갔다는 생각 때문이다. 야당이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분열했으니 상식적으로 가당키나 한 건가. 갈라선 김대중(왼쪽)과 김영삼 그러나 이런 불길한 '데자뷰'가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첫째로, 지금은 대선 국면이 아니며 따라서 대선 후보 단일화를 운운하는 것은 성급하다. 변화무.. 더보기
[신문로] 오역, 이 천박한 지적 풍토 언제까지 '시간의 존재를 위하여'란 말 들어보셨는가. 실존 철학자 하이데거의 명저 '존재와 시간'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다. 옛날에 신문사 선배에게 들은 얘긴데, 한 동료의 영어책 번역에서 심오하나 아리송한 구절이 보였다. 그게 '시간의 존재를 위하여'다. 원문을 찾아보았더니 'for the time being(당분간)'이었다. 예로부터 국내 번역물 오역 문제는 심각했다. 오늘날엔 좀 나아졌을까. 아닌 듯하다. 이 실상을 확인시키는 사례가 있었다. 미국 프린스턴대 앵거스 디턴 교수의 책 '위대한 탈출'을 둘러싼 왜곡 번역 논란이다. 2013년 미국에서 나온 이 책은 작년 9월 한국경제신문이 번역 출간했는데, 디턴 교수가 지난달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함으로써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출판사 한경은 이를 보도.. 더보기
[신문로] 국정화 주장, 논리가 제로다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정부·여당의 논리가 너무 허술하다. 이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건 정말 무리다. 이들이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주장이 있다.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란 논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주 청와대 5자회동에서 "집필진 구성도 안 됐고 단 한 페이지도 쓰여지지 않은 교과서를 친일이니 독재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국감에서 "새로운 역사교과서의 집필진도 구성되지 않았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아직 안 나온 물건을 가지고 왜들 야단이냐. 기다려 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교과서는 이미 나온 거나 다름없.. 더보기